지리산에 다녀 왔습니다.
10월 18일 금요일 저녁 10에 관광버스 편으로
출발을 해서 10월 19일 토요일 새벽 3시부터 산을 올라 저녁 5시경에 버스가 출발하는 중산리에 도착했던 14 시간에 걸친 지리산 종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그냥 쉽게 생각을 했습니다. 지리산 한번 가
보지 뭐 ^^;;
해서 남자 4명이서 산악회 관광버스 덜컥 예약을
하고 배낭에는 먹을 것 잔뜩 챙겨서 버스를 탄 시간이 밤 10시였습니다.
정원 40인승 정도되는 버스에 약 30명
남짓 탔는데 지리산에 도착할 즈음에 산악회 산행대장이 안내를 했습니다. 종주코스가 있고 천왕봉 코스 중 하나를 선택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종주코스를 신청했습니다. 왜냐고요? 출발 전부터 종주를 하자고 했으니까요. 아무 것도 모른 채 ^^;;
<지리산 종주 코스, 파란
라인>
지리산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는데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간다고 했습니다. 메뉴는 된장찌게 단 하나, 5,000원.
우리는 이런 사실도 모르고 최소 2끼는 산에서 해결을 할 줄 알고 먹을 것을 잔뜩 싸온 상태였습니다. 우리가 싸온 배낭만 풀어놔도 족히 6명분
하루 식사가 충분한 양이였으니까요. 두세명이 혹 부족할까봐 2인분을 싸왔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사 먹을 줄 알았으면 거기에 맞춰서 오는
건데^^;;
그런데 말이죠. 식당에서 밥을 먹던 도중에 우리
일행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산악회 산행대장에서 물었습니다. 오늘 종주 코스는 몇키로 정도냐고. 그랬더니 약 35km 라고 말합디다.
순간 산악회 산행대장의 일행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가 갑자기 손가락 4개를 펴서 산행대장에게 내밀더니만 40km 라고 외쳤습니다. 산길은
꼬불꼬불해서 펼치면 거리가 더 늘어난다고 말이죠.
그리고 그사람은 우리 일행의 행색과 면면을 다
파악하고는 종주는 택도 없으니 쉬은 천왕봉 코스나 다녀오라고 아주 친근하게 웃으면서 추천을 하더이다. 종주 코스는 오후 5시에 출발하는 광버스
출발 시간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거의 속보 수준으로 걸어야 한다고 겁을 주면서, 이렇게 처음 와서 종주에 성공한 팀이 있는데 바로 마라톤
동호회에서 온 팀밖에 없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말에 우리 일행중 두명은 이미 천왕봉 코스로
마음을 돌렸고 한명은 무슨 말이냐, 종주를 목표로 왔으면 무조건 종주를 해야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이제 내차례였습니다. 저는 종주를
외쳤습니다.
<2013년 10월 19일 오전 8시35분경에
찍은 사진>
<*국립공원 직원분의 말로는 올해 단풍이
별로라는^^;;>
천왕봉 코스는 오후 1시경이나 2시경이면 다 내려
오는데 종주코스 인원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버스가 출발을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앞에서 이미 두명이나 천왕봉 코스를 선택한 마당이 굳이
종주를 선택한 것은 『기다릴 바에는 종주를』하자는 이유가 더 컸습니다. 그리고 쉽게 가자던 두명 조차도 종주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은
것은 가다가 정 힘들면 중간에 포기를 하고 세석대피소에서 탈출하면 된다는 산행대장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죠.
이렇게 해서 시작한 종주 길이 파란색 라인을 따라
아래와 같이 계속 이어집니다. 성삼재분소는 새벽 3시부터 등산객들에게 통과를 허용합니다. 노고단에 도착한 시간이 3시 35분 경, 이곳에서는
4시에 입장을 허용을 합니다. 이곳에 모인 등산객들의 분위기는 흡사 운동선수들이 출발선상에 가지고 있는 긴장된 분위기였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던가요? ^^
마음씨 좋은 국립공원 직원이 5분 빨리 3시
55분경에 문을 열자 마자 마치 출발신호를 들은 선수들 처럼 다들 앞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쟁하듯이 말이죠. 우리는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자는 또 다른 코스와는 달리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서둘려야 한다는 말을 이미 들었던 지라 더
더욱 서둘렀습니다. 문 열기 전에 문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열자 마자 우리 일행이 제일 먼저 통과를 했으니까요^^.
<후레쉬 비추고 노고단대피소에 하나둘씩 올라오는
등산객들>
<국립공원 지도 캡쳐,
1>
코스는 파란색 라인을 따라 쭈욱
이어집니다. 일행중에서 시종일관 종주를 외쳤던 한명은 무지 속도를 내면 앞서가는 바람에 어디선가 헤어진 후에 얼굴 한번 보지도 못했고^^;;,
저는 남은 일행과 토끼봉 정도까지 동행을 하다가 그 다음부터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이 위 코스 어디에선가 찍은 사진입니다.
오늘 천왕봉에서는 일출을 봤을 거라고 추측을 하면서 말이죠.
<국립공원 지도 캡쳐,
2>
그리고는 위 그림의 코스부터는 끝날 때까지 일행 없이 쭉 혼자 걸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직 힘이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마주치는, 앞서가는
산객들의 인사에 힘 있게 맞장구까지 쳤으니까요^^. 하지만 여유롭게 쉬지는 못했습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사진 한장 찍은 것이 다였을 정도로
서둘렀습니다.
<국립공원 지도 캡쳐,
3>
그리고 위의 코스부터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몹씨 힘들었던 구간이었습니다. 특히나 산악회 산행대장의 말로는 세석대피소를
오전 11시경에 통과를 해야 시간 안에 종주를 무사히 끝낼 수 있다는 말이 떠올라 쉬지도 않고 앞만 보고 내딛었습니다. 드디어 세석대피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에 한참을 넘긴 오후 12시 20분경. 여기서 산행대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기 시간이 12시 20분인데 시간안에
도착할 수 있겠느냐, 산행대장은 개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가능하다고 했고, 몇시까지 기다릴 수 있는냐는 물음에, 오후 5시까지는 중산리 버스 대기
장소까지 내려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흡사 5시 넘으면 버스는 떠날 거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세석대피소 지나서 부터는 거의 체력이 방전이 되어서
어떻게 계속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석대피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이런 상태의 몸을 가지고 세석을 지나 천왕봉으로 가다가
등산스틱을 두고 온것을 뒤늦게 알고 다시 돌아갔다 오기까지 했으니...... 너무 힘들어 등산스틱 그 까짓것 포기해 버릴까
하다가 다시 돌아서서 되가져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스틱의 보조 없이 힘 빠진 상태에서 걸었더라면 아마 얼마가지도 못하고
주저 앉고 말았을 겁니다.
정 힘들면 세석대피소에서 탈출하여
거림공원지킴터쪽으로 내려와서 요금 2만원하는 택시를 타고 중산리 집결지로 오면 된다는 산행대장의 말이 떠 올랐으나 이번 기회에 천왕봉을 못보면
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서 또, 지리산, 지리산 하면서 가고 싶어 할 것 같아서, 갔습니다.
쉴 새도 없고 느껴볼 새도 없이 정신 없이
지나버린 지리산의 연하선경을 뒤로하고 공사가 한창인 장터목대피소에서 육포 몇조각 뜯어 먹고는 다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천왕봉으로 향하고 있었을
때 이미 마음은 오늘 오후 5시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기차나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있습니다. 자신감이 이미 조금 상실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은 오르막이
많았으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제발 나에게 사진 찍어 달라는 부탁을 안하기를 바랬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부탁을 한다면 『죄송, 힘이
많이 빠진 상태라서 멈추면 못 갈 것 같으니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세요』라는 말까지 미리 준비하고 말이죠. 다행이도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한
분들은 없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보였을까요? ^^.
제석봉을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구간이 오르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머리띠 덕분에 땀이 눈으로 흐르지는 않았지만 머리띠 위로 쓴 모자의 창을 타고 땀이 비오는 날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쉬지 않고 두두둑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많이 땀을 흘려본 적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말입니다. 도중에 양쪽 허벅지에 통증이 와서 잠시
멈추고 있는 사이에 왼쪽 다리는 저절로 통증이 풀렸고 오른쪽은 주무르고 비벼도 안 풀리다가 오늘 발을 번쩍 들어 힘껏 땅을 쿵 내딛으니 이내
풀리더군요. 안그랬음 근육통 때문에 장터목에서 포기한 우리 일행 중 한명처럼 될 뻔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나중에 내려 와서
보니 그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절뚝거렸습니다^^;;.
천왕봉을 코 앞에 두고 통천문을 통과하기 직전에,
저 만큼 위에서 내려오시던 산객님들이 말 없이 격려의 눈길을 보내며 좁은 길에서 기다려 주시던 배려에 힘을 얻고 용기를 얻어 도착한
천왕봉!
내가 여기까지 왜 왔던가?
사진 찍으러 왔습니다^^. 제 앞에서 사진을 찍고
물러나려는 사람들 중 한명에게 핸드폰을 내밀면서 부탁을 했습니다. 아마 지치고 허기져서 몰골이 형편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형편 없군요. 웃긴 게 웃는 게 아니군요^^;; 물론 여기서도 주위를 돌아보고 경치를 볼 사치는 갖지 못했습니다. 사진 찍을 여유는
있었지만, 사진은...., 내려 갔을 때, 진짜로 다녀왔냐는 물음에 대비해서 남긴 겁니다^^;; 이때가 2013년 10월 19일 오후 2시
46분이었습니다. 이제 내려가야 하는데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4시간 정도 걸렸다고 했습니다. 올라오는 시간 반을
내려가는 시간으로 잡으면 2시간, 5시 안에는 도착을 할 수 있겠군. 이 단순한 계산 때문에 천왕봉에서 내려 가면서 약간의 여유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었습니다. 경사도
꽤 급하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같이 내려가던 산객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타고 온 관광버스가 몇시에 떠나냐고? 그랬더니 4시 혹은
6시라고 답하더이다. 그때부터는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만일 늦으면 기차나 버스 타지 말고 저 사람들이 타는 6시 관광버스에 끼여 가야지. 뭐,
한자리 정도의 자리는 여유가 있겠지^^. 하지만 알고 보니 대전 팀이더이다. 서울 팀들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은 더 조급해지는데, 처음에는
같이 출발을 하여 탈출 코스를 따라 이미 하산을 완료한 동료들에게 계속 오는 전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찍혀 있는
부재중전화 몇통씩, 일전에 부탁해 놓은 장비가 나왔는데 사겠느냐는 안내문자까지^^;;, 이렇게나 힘 드는 답장을 해야 해, 말아야 해?
해야죠^^. 문자는 잠시 쉬면서 육포 뜯는 시간에 하고 동료와의 전화통화는 내려 가면서 간간히 통화를 했습니다.
계속이어지는 지금 어디? 라는 독촉 전화에 목포지점
1km을 남겨두고는 거의 뛰다시피 했습니다. 아~, 무릎과 다리 아픈 것보다 겨드랑이처럼 살과 살이 비벼지는 곳의 쓰라림이 더 컸습니다.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비슷한 여건을 갖춘 신체의 어딘가가 따갑고 아파서 어기적어기적 거리는 것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뛰어서 도착한 시간이 거의 오후
5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시간 한번 기가막히게 맞춘 것입니다.
새벽 3시 출발, 오후 5시 도착, 14시간
걸렸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냐고요? 처음엔 『한번 해보자』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오기가 생겨『하자』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여지껏 산행도중 답례 안사에는 마음 깊이 나오는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해오면 안해줄 수는 없기에 형식적으로 하는. 하지만 이번 산행에서 산객들이 건네는 한마디 인사에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친 다 아는 인생 선배님들이었습니다. 이제 나중에라도 누구에겐가 되돌려 드려야 겠지요.
또, 자신을 사랑하렵니다. 왜냐고요? 이렇게나
학대를 했으니 이제 더 사랑해야지요^^.
이제 지리산 종주에 필요한 준비물입니다. 당일
14시간 기준으로 적어보겠습니다.
배낭 : 큰 것 필요 없습니다. 25리터 정도가
적당합니다. 목이 마르므로 자주 마셔줘야 하는데 배낭에 물통을 넣고 호스를 밖으로 빼서 먹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또 육포 같은 것을 가면서 쉽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배낭 허리띠 부분에 수납 공간이 있으면 좋습니다.
옷 : 내의부터 겉옷까지 기능성을 추천합니다. 특히
추울 때 대비해서 보온, 방풍 기능이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 이번에 내의, 위에 한겹 더, 또 내피, 그위에 고어까지 입었는데도 능선에
올라타니 추웠습니다. 안 입더라도 준비는 해얄 것 같습니다.
물 : 700ml 정도면 가능합니다. 중간에 있는
대피소에서 무료로 채울 수 있습니다. 단 대피소랑 약간 떨어져 있어 내려갔다 올라갔다 해야 합니다. 그래도 배낭 무게를 줄일 수 있다면 이정도
수고쯤이야^^.
식사 : 글쎄요. 퍼지고 앉아서 밥 먹을 시간
없습니다. 밥 대신에 단 것이 많이 든 빵이나 초코렛, 육포, 과일 종류별로 듬뿍 준비하면 좋을 것입니다. 전 이번에 홍시를 까서 넣어가서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육포 한근을 가져 갔는데 거의 반근을 먹어치웠습니다. 도착해서 식당에서 사 먹는 식사와 오후에 하산에서 식당에서 사 먹는
식사는 제외하고 자신에게 맞춰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렌턴 : 새벽에 3시부터 쓰기 시작하면 오전 6시
30분까지는 써야 합니다. 모자를 쓰고도 머리에 고정할 수 있는 헤드렌턴 추천합니다.
등산화 : 전 이번에 워킹전용 등산화를 신고
갔습니다. 하지만 바닥이 비브람창인가 해서 습기와 바위에 약간의 미끌림이 있습니다. 이것보다는 덜 미끌리고 워킹전용 등산화가 좋습니다. 신발이
좋아야 체력소모가 덜합니다.
양말 : 두컬래 혹은 세컬레. 전 두컬레 가져가서
한번 갈아신었습니다.
머리띠 : 땀 많이 나면 반드시 추천해 드립니다.
땀이 눈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습니다. 특히 안경 끼신 분들은 꼭 지참하시길^^.
등산스틱 :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좌우 한쌍이
무겁거나 귀찮다면 한개로라 가져가야 합니다. 전 이번에 한개만 가져 갔는데 얼마나 써댔는지 버스안에서 4단으로 된 잠금을 풀다가 2단밖에 풀리지
않아서 버렸습니다. 하나에 5천원짜리^^;;
피해야 할 것 : 술 ^^;;
중산리로 하산하여 목 빼고 기다렸던 일행들을 만나
한 말, 『앞으로 지리산은 또 올 일 없다』, 일행은 『많은 사람이 그리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오고 싶어 한다』
그렇네요. 다녀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지리산이
궁금해지네요^^. 다음 번에는 대피소에서 하룻밤 자고 여유롭게 주변도 돌아볼 수 있는 코스로 생각해 보지요^^.
만강일향
만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