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0일 토요일

9. 공매로 산 별장의 주위토지통행권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에 약 37평의 1층짜리 별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별장이 자리 잡은 땅이 길이 없는 맹지라서 남의 땅을 밟지 않고는 그 별장으로 드나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별장 부지를 둘러싼 땅 주인인 제임스의 양해 하에 1974년부터 폭 약 2m, 길이 약 150m의 비포장 산길(오솔길)을 만들어 도보 통행로로 사용을 해 왔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이 말이죠.

<양남면 신대리의 맹지>

 빨간 색 경계의 땅은 맹지입니다. 제임스는 이 맹지를 위해 자신의 땅의 일부를 통행로로 제공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소위 말해 주위토지통행권을 준 셈이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잘 사용을 했으면 좋았으련만 2008년 11월경 스티브가 나타나면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브는 이 별장과 별장 부지를 공매로 취득을 하고는 1주일에 1~2번 정도 울산에서 이곳으로 와서 이용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장비를 동원해서 오솔길 주변의 잡목을 제거하고 길을 넓히고 땅을 평탄하게 해 그 위에 자갈을 깔았습니다. 그 결과 예전의 오솔길이 폭 3m, 길이 150m로 자동차가 쉽게 지나다닐 수 있는 길로 변해 버렸습니다.

 뒤 늦게 이를 안 제임스가 제지를 했죠. 그냥 예전처럼 걸어서 다닐 정도는 허용을 할테니 자동차가 지나다니도록 만든 길은 폭을 줄여서 원상복구를 하라고 말이죠.

 하지만 스티브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이 길이 별장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고 내부 수리나 증개축을 하려면 자동차 통행이 가능해야 하므로 나는 이 길에 대하여 자동차 통행의 주위토지통행권이 있다."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스티브 입에서 주위토지통해권이 나오다니...^^;;

 주위토지통행권이란 민법 제219조에 규정된 것으로 '어느 토지와 공로 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 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않으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조금 더 보충 설명을 드리자면, 길 없는 땅에서는 집을 지을 수 없죠.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길 없는 땅 위에 들어선 집이나 건물이 우리나라에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맹지 위의 집이나 건물에 드나들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땅을 아주 최소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위토지통행권이라 합니다. 써 놓고 보니 윗글이나 보충글인 아랫글이나 비슷한데^^;;.

 주위토지통행권에 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동차 등이 통과할 수 있는 통로의 개설도 허용이 되지만 단지 토지 이용의 편의를 위해 다소 필요한 상태라고 여겨지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까지 자동차의 통행을 허용할 것은 아니고 또한 현재의 토지의 용법에 따른 이용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것이지 더 나아가 장차의 이용 상황까지 미리 대비하여 통행로를 정할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입니다.

 그럼 여기서 위의 민법의 규정이나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여, 스티브는 자신의 별장출입을 위해 제임스의 땅에 대해 주위토지통행권을 가질 수 있을까요? ^^

<사건 속의 건물>

 ※사진설명 : 1974년에 사용승인허가를 받은 건축물이며 주용도는 별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스티브는 공매로 낙찰을 받아 2008년 12월 15일 잔금을 납부했습니다. 당시 감정가가 약 4300만 원이었는데 낙찰가는 1억 9천만 원 정도로 기억이 됩니다.

 스티브는 주위토지통행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범위는 도보통행에 한합니다. 자동차 통행을 위한 주위토지통행권은 가질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제임스의 손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스티브가 예전의 폭 2m 도로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통행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또 별장을 증개축하는 것은 그 시점에 아니고 나중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애만 썼습니다^^;;

 보통의 경우, 스티브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통행로로 이용되는 땅을 전부 혹은 일부를 사려고 한 번쯤 시도를 하지요. 하지만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부른다거나 혹은 아쉬울 것 없는 땅 주인이 안 판다고 하면 주위토지통행권을 이용하여 좁은 통행로나마 확보를 하게 됩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써 먹을 것이 없을 때 내 밀 수 있는 히든카드와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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